민수기 30장 서원 규정
서원誓願에서 誓는 맹세한다는 의미이고, 願은 내가 이러이러하게 하겠다는 희망, 의향을 뜻한다. 따라서 서원은 하나님께 ‘제가 뭘 하겠습니다, 뭘 하지 않겠습니다’ 하며 드리는 어떤 특별한 약속을 말한다.
민수기 30장에는 하나님께서 주신 서원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담겨있다. 우리는 이 장을 통해 서원이란 함부로 해서는 안 되며, 일단 했으면 꼭 지켜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성별에 따라 서원에 대한 책임이나 권리가 다른데, 이것은 남녀 차별이라기보다는 당시 사회 구조와 가치관 속에서 철저히 약자였던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1.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 지파의 두령들에게 일러 가로되 여호와의 명령이 이러하니라
2. 사람이 여호와께 서원하였거나 마음을 제어하기로 서약하였거든 파약하지 말고 그 입에서 나온대로 다 행할 것이니라
서원은 꼭 지켜야 한다
누구든지 하나님께 ‘~을 드리겠습니다’ 또는 ‘~을 하지 않겠습니다’하고 분명히 약속했으면, 그 서원을 꼭 지켜야 한다. 절대로 그 약속을 어겨서는 안 된다.
3. 또 여자가 만일 어려서 그 아비 집에 있을 때에 여호와께 서원한 일이나 스스로 제어하려 한 일이 있다 하자
4. 그 아비가 그의 서원이나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을 듣고도 그에게 아무 말이 없으면 그 모든 서원을 행할 것이요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을 지킬 것이니라
5. 그러나 그 아비가 그것을 듣는 날에 허락지 아니하면 그 서원과 마음을 제어하려던 서약이 이루지 못할 것이니 그 아비가 허락지 아니하였은즉 여호와께서 사하시리라
결혼하지 않은 여자의 서원
당시엔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따로 독립을 하는 일은 없었다. 집에서 다 클 때까지 자라다 때가 오면 결혼하고, 그제야 집을 떠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여자가 만일 어려서 그 아비 집에 있을 때’라는 것은 결혼하기 전의 어린 미혼여성을 가리킨다.
그럼, 여기 나오는 ‘아비 집에 있는 어린 여자’는 몇 살 정도에 해당하는걸까? 성경 시대에는 조혼이 일반적이었는데, 남자는 18살, 여자들은 12살 중반에 약혼해 대략 1~2년 정도 있다 결혼했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12~14세,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아버지가 그 또래의 딸이 서원하는 걸 듣고도 아무 말이 없으면 그 딸은 자기가 한 서원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 서원을 허락하지 않으면, 딸은 자기 서원을 지키지 않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하셨다.
6. 또 혹시 남편을 맞을 때에 서원이나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을 경솔히 그 입에서 발하였다 하자
7. 그 남편이 그것을 듣고 그 듣는 날에 그에게 아무 말이 없으면 그 서원을 행할 것이요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을 지킬 것이니라
8. 그러나 그 남편이 그것을 듣는 날에 허락지 아니하면 그 서원과 마음을 제어하려고 경솔히 입술에서 발한 서약이 무효될 것이니 여호와께서 그 여자를 사하시리라
결혼 전에 했던 서원
6절의 ‘남편을 맞을 때’란 ‘남편을 맞기 전’, 즉 ‘결혼하기 전’을 말한다. 결혼 전에 어떤 서원을 했는데,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 남편이 그 서원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한다면, 여자는 그 서원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남편이 반대해서 여자가 그 서원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면,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하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편이 아내의 결혼 전 서원을 좌지우지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당시 시대적 배경에 있어 여성이 어떤 처지인지 아시기에, 하나님께서는 긍휼한 마음으로 딱한 처지의 여성을 그대로 용납하시는 너그러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9. 과부나 이혼 당한 여자의 서원이나 무릇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은 지킬 것이니라
과부, 이혼한 여자의 서원
과부나 이혼한 여자는 하나님께 드린 약속을 꼭 지켜야 했다.
10. 부녀가 혹시 그 남편의 집에 있어 서원을 하였다든지 마음을 제어하려고 서약을 하였다 하자
11. 그 남편이 그것을 듣고도 아무 말이 없고 금함이 없으면 그 서원은 무릇 행할 것이요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서약은 무릇 지킬 것이니라
12. 그러나 그 남편이 그것을 듣는 날에 무효케 하면 그 서원과 마음을 제어하려던 일에 대하여 입술에서 낸 것을 무엇이든지 이루지 못하나니 그 남편이 그것을 무효케 하였은즉 여호와께서 그 부녀를 사하시느니라
13. 무릇 서원과 무릇 마음을 괴롭게 하려는 서약은 그 남편이 그것을 지키게도 할 수 있고 무효케도 할 수 있나니
14. 그 남편이 일향 말이 없으면 아내의 서원과 스스로 제어하려는 일을 지키게 하는 것이니 이는 그가 그것을 들을 때에 그 아내에게 아무 말도 아니하였으므로 지키게 됨이니라
15. 그러나 그 남편이 들은지 얼마 후에 그것을 무효케 하면 그가 아내의 죄를 담당할 것이니라
결혼한 여자의 서원
결혼한 여자가 하나님께 어떤 서원이나 약속을 하는 걸 듣고도 그 남편이 아무 말 없다면, 그 여자는 반드시 그 서원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남편이 반대한다면, 그 여자가 지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하신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13~15절이다. 아내의 말을 들은 즉시 그러지 말라고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아내가 자기 서원을 지키지 못했을 때 따르는 죄를 다 짊어져야 한다는 말씀이다.
결혼한 여자 역시 자기가 한 서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하지만 아내가 자기 서원을 지키지 못했을 때 남편은 연대책임을 져야 했다. 남편의 협조 없이 여자가 단독으로 서원을 지키기 어려웠을 당시 상황을 반영하신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6. 이는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율례니 남편이 아내에게, 아비가 자기 집에 있는 유년 여자에게 대한 것이니라
민수기 30장은 서원에 대한 규정이 나와 있는 말씀이다. 누구든 자기가 한 서원은 꼭 지켜야 하며, 절대로 그 약속을 어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여성에 대해서는 몇몇 경우 예외를 두고 있는데, 그것도 결혼하지 않은 어린 미혼 여자, 과부나 이혼녀, 결혼 전 서원한 기혼녀, 결혼한 여자 등 다양한 경우를 상정해 그에 따라 다 다르게 규정하셨다.
아버지와 남편은 가정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다른 사람의 서원을 좌지우지해도 된다는 말씀이 아니다. 자기 딸과 아내를 사랑으로 보호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하라 (에베소서 5:22)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하라 (에베소서 5:25)
자녀들아 너희 부모를 주 안에서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에베소서 6:1)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 (에베소서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