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가 곤충의 배설물이라는 가설이 있다?

만나가 곤충의 배설물이라는 가설이 있다?

출애굽 백성들은 광야를 지나는 40년 동안 하나님께서 내려주시는 만나를 먹고 살았다. 그들은 구름이 성막 위에 머물면 그 자리에 멈춰 장막과 진을 쳤고, 구름이 떠오르면 다시 발행하여 가나안 땅을 향해 길을 나섰다.

그들은 기약 없이 머물러야 했고, 또 언제 다시 길을 떠나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여정이었다. 광야에서 이동하는 기간에 농사도 지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그들이 의지할 것은 하나님 한 분뿐이었다. 그야말로 오직 주만 바라보는 것. 하나님께선 그걸 훈련시키려고 하셨던 것 같다.

만나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출애굽기 16장이다. 2월 15일, 애굽에서 나온 지 한 달 만에 신 광야에 이른 백성들은 가지고 나온 양식이 다 떨어져 갔는지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는 하늘에서 양식을 비같이 내려주시겠다고 하셨고(4절), 이스라엘 족속은 그것을 만나라고 불렀다(31절).

그런데 이 만나가 실은 곤충의 배설물이었다는 가설이 눈길을 끈다.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1. 만나의 맛과 생김새

만나에 대한 출애굽기 16장과 민수기 11장의 기록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 하늘에서 비같이 내렸다
  • 아침 이슬이 마른 뒤, 광야 지면에 내렸다
  • 작고 둥글며 서리 같이 세미했다
  • 색은 흰색이었고, 깟시 같이 생겼는데, 맛은 꿀 섞은 과자 같았다
  • 진주처럼 생겼다
  • 해가 뜨겁게 내리쬐면 스러졌다
  • 모자라지 않고 항상 넉넉했다
  • 매일 1인당 1오멜씩 거두되, 제 6일에는 2배를 거둬 안식일을 위해 예비했다
  • 그날그날 소비해야 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변질되고 벌레가 생겼다. 그러나 안식일엔 멀쩡했다
  • 얇고 바삭바삭한 식감이다
  • 또는 기름 섞은 과자(케이크) 맛도 났다

맛과 생김새는 출애굽기 16장 31절에 잘 요약되어 있다.

이스라엘 족속은 그 이름을 만나라 하였으며 깟시 같고도 희고 맛은 꿀 섞은 과자 같았더라(개역한글)

The people of Israel called the bread manna. It was white like coriander seed and tasted like wafers made with honey.(NIV)

And the house of Israel called the name thereof Manna: and it was like coriander seed, white; and the taste of it was like wafers made with honey.(KJV)

영어 성경과 비교해 보았다. 깟시란 코리앤더, 즉 고수풀의 씨를 가리킨다. 미나리 비슷하게 생겨서 쌀국수에 넣어 먹는 바로 그 나물이다.

만나가 곤충의 배설물이라는 가설이 있다?
고수와 고수 씨(깟시)

그럼 꿀 섞은 과자란 어떤 과자를 가리킬까? 영어성경에는 NIV, KJV 모두 wafers라고 나와 있다. 웨이퍼는 우리가 잘 아는 웨하스를 말한다. 바삭바삭하고 얇고 평평하다. 히브리어 원문을 보면 כְּצַפִּיחִ֥ת라고 나오는데, 이것 역시 평평하고 얇은 과자라는 뜻이다.

또 민수기에는 진주처럼 생겼다, 기름 섞은 과자 같았다고도 나와 있다(민수기 11:7~8).

이걸로 보아 만나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 고수씨, 진주처럼 작고 둥글다
  • 흰색이다
  • 꿀 섞은 과자 맛이다
  • 이슬과 함께 내렸다가 날이 뜨거워지면 스러졌다

사람들은 이런 만나를 맷돌에 갈고, 절구로 찧고, 가마에 삶아 요리하기도 했다(민수기 11:8). 가공하기 위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했던 걸로 미루어, 만나는 생각보다 단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2. 진딧물의 배설물, 만

그런데 이 만나가 실은 타마리스크(Tamarisk, Tamarix) 나무에 사는 곤충트라부티나 만니파라(깍지벌레)의 배설물이었을 거라는 가설이 있다.

예로부터 베드윈족이 ‘만(مَنّ, 선물, 은혜)’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었다. 주로 5~7월경, 타마리스크 줄기에 하얀 것이 맺히는데, 단 맛이 난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것이 줄기에 난 상처에 수액이 맺힌 것인 줄 알았으나, 1929년 프레데릭 시몬 보덴하이머 (Frederick Simon Bodenheimer, 독일 태생의 이스라엘 곤충학자)가 수액이 아니라 벌레의 배설물이란 것을 밝혀냈다. 그 뒤로 이것이 성경에 나오는 만나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3. 과연 그럴까?

과연 그럴까? 하나님께서 먹는 건 걱정 없던 노예 시절을 그리워하며 불평하는 백성들에게 굳이 벌레 배설물을 먹이셨을까?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침마다 그 깍지벌레 똥을 2.2kg(1오멜)씩 주워다 먹었을까? 사진 링크 참조(저작권 있는 사진이라 링크만 제공합니다)을 보고 어땠을까 그 모습을 상상해 보자.

사실 타마리스크 나무에 기생하는 깍지벌레의 배설물과 만나의 연관성은 그것이 식용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흥미로운 가설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이 가설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가. 2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배설물로 40년간 버텼다?

이 깍지벌레의 배설물로 200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40년간 생존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주장이다. ‘만’이라 불리는 이 만나 유사물질은 그 양이 제한적이고, 채취 과정도 쉽지 않다. 대규모 인구를 장기간 부양할 만큼 충분한 양이 꾸준히 공급될 수 있었을까?

또 거의 당으로만 이뤄진 물질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단백질이나 비타민, 미네랄 같은 것 없이 당류로만 40년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 출애굽 전후에도 존재했을 텐데 ‘이게 뭐냐?’고 물었을까?

타마리스크 나무는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의 건조한 지역, 특히 서아시아를 자생지로 한다. 당시에 타마리스크 나무가 있고, 만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 나무에 사는 깍지벌레도 있었을 것이다.

그쪽 사람들이라면 이전부터 이 단맛 나는 배설물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광야를 걷고 나서는 흔히 마주쳐야 정상이 아닐까? 그 많은 사람이 먹을 양이 널려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출애굽기 11장엔 마치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이게 뭐지?” 하고 낯설어하는 반응은 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이런 점은 성경 기록과 깍지벌레 배설물이라는 가설 사이에 간극이 꽤 크다는 걸 보여준다.

다. 계속되던 자연 현상이 가나안 땅 목전에 두고 딱 끊긴다고?

40년간 내리던 만나가 그친 것은 여리고 평지에서 유월절을 지내고 나서였다.

유월절 이튿날에 그 땅 소산을 먹되 그 날에 무교병과 볶은 곡식을 먹었더니 그 땅 소산을 먹은 다음 날에 만나가 그쳤으니, 이스라엘 사람들이 다시는 만나를 얻지 못하였고 그 해에 가나안 땅의 열매를 먹었더라 (여호수아 5:11~12)

일반적인 자연 현상이라면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나타나고 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40년 동안 지속되던 현상이 가나안 땅을 목전에 두고 갑자기 멈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200만 명이 하루에 먹는 양이면 4만 4천 톤 정도 되는데, 대체 얼마나 많은 벌레들이 필요하며, 또 얼마나 많은 타마리스크 나무들이 있어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 나무들이(또는 깍지벌레가) 제1년 1월 25일 갑자기 많아졌다가 정확히 40년 후에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는 만나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하나님의 특별한 공급이었다는 증거다.

라. 모래나 바위로 가득한 풀 한 포기 없는 곳에서는 어디서 채취했을까?

광야라고 해서 전부 모래언덕이 줄지어 있는 그런 사막은 아니다. 하지만 식물이라고는 거의 자라지 않는 척박한 지역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 지역에서 타마리스크 나무나 깍지벌레 배설물을 찾을 수 있었을까?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성경에는 나뭇가지나 줄기가 아니라 ‘광야 지면(on the ground)’에 내렸다고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라. 닮았지만 다른

깍지벌레 배설물에 단맛을 내는 성분이 들어있는 데다 베두인족이 ‘만’이라 불렀기 때문에 유사하게 여겨질 수는 있다.

하지만 ”매일 아침 4만 톤이 넘는 양이 하늘에서 서리처럼 지면에 내리고, 그 생김은 고수씨나 진주처럼 희고 둥글며, 맛은 꿀 섞은 과자 같았던…. 벌레 똥?’ 하늘에서 내린 음식을 과연 곤충의 배설물과 동일시 할 수 있을까?

결론

타마리스크 나무에 기생하는 까지벌레 배설물을 성경 속 만나와 연결하려는 시도는 흥미로운 가설일 수 있다. 하지만 성경의 여러 기록과 모순되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자세히 읽고 따져볼수록 만나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이 자연은 위대하나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세상에 불과하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심에 초자연적인 것이 포함되는 것은 그야말로 자연스럽지 않은가.

사실 우리가 성경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우리 수준밖에 안 되는 하나님이 믿음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이해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겸허히 인정하는 것이 믿음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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