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문 그리스도는 잉태와 출생에서 어떻게 자신을 낮추셨습니까?

47문 그리스도는 잉태와 출생에서 어떻게 자신을 낮추셨습니까?

47문 그리스도는 잉태와 출생에서 어떻게 자신을 낮추셨습니까?

답 : 그리스도께서는 영원 전부터 아버지 품에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셨습니다. 그럼에도 때가 차매 기꺼이 비천한 여인의 몸에 잉태되어 출생하셨고, 그러므로 평범하지 않은 여러 열악한 형편에 처하도록 자기를 낮추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성자 하나님이십니다. 이것은 스스로 하나님인 동시에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이보다 더 높은 이가 세상에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께서는 자기를 낮추어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것도 강한 힘을 가진 성인이 아닌 무력한 갓난아이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잉태와 출생의 과정을 모두 겪으신 것이지요. 이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영원 전부터 아버지 품속에 계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

어릴 때 친구들과 종종 얼마나 높은 계단에서 뛰어내리는지 겨루는 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더 높은 곳에서 뛰는 사람이 담력도 세고 용감하며 실력도 뛰어난 친구가 되는 거죠. 그렇게 얼마나 높은 곳에서 내려왔는가를 알아야 얼마나 낮아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럼 하나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께선 얼마나 높은 곳에서 내려오신 것입니까.

  • 요한복음 1:14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 요한복음 1:18 본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아버지 품 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이 나타내셨느니라
  • 요한복음 3:16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게다가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의 여러 아들 가운데 하나도 아니고 독생자(모노게네스)였습니다. 얼마나 귀한 아들입니까. ‘아버지 품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이란 말씀은 그것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성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사람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입니다.

📌 독생자(모노게네스, μονογενής)란 ”오직 하나뿐인’, ‘유일한’, ‘독생하신’ 이란 뜻으로, ‘홀로’, ‘유일한’을 뜻하는 ‘모노스(μόνος)’와 ‘탄생하다’, ‘생기다’를 뜻하는 ‘게노스(γένOS)’ 또는 ‘기노마이(γίνομαι)’가 합해진 말입니다.

2. 때가 차매 비천한 여인의 몸에 잉태되어 출생하심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신 것은 (갈라디아서 4:4)

가. 때가 차매

갈라디아서를 보면 때가 차매라는 말이 나옵니다. 때가 되었다는 말에서 우리는 첫째, 이미 어떤 계획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성부 하나님께서는 영원 전에 우리를 구원할 계획을 이미 갖고 계셨습니다. 아담이 죄를 짓자 부랴부랴 서둘러 마련한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전지하시고 전능하실뿐 아니라, 우리를 정말 사랑하시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인간임에도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하물며 하나님은 어떠셨을까요.

둘째, 그 계획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었겠구나 하는 점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역사적, 사회적, 영적인 조건들이 성숙해진 최적의 시기에, 성부 하나님께서는 성자 하나님을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보내셨습니다.

성경에서 시간을 나타내는 말로 카이로스크로노스가 있습니다. 크로노스는 일반적인 시간을 말하며, 여기서 말하는 는 하나님의 결정적인 때를 뜻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시간인 카이로스에 해당합니다.

나. 비천한 여인의 몸에 잉태되어 출생

마리아가 이르되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보라 이제 후로는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일컬으리로다 (누가복음 1:46~48)

그리스도께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생존조차 불가능한 갓난아기로 오셨습니다. 또 왕이나 왕자, 장군, 심지어 유력한 집안의 아들도 아니고 비천한 여인의 몸에 잉태되어 오셨습니다. 여기서 비천한 여종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이것은 마리아가 실제로 천한 노예였다는 것이 아닙니다. 마리아는 갈릴리 나사렛에 살던 평범한 처녀였습니다. 갈릴리 지방은 분열 시대 북이스라엘 땅으로 앗수르 제국에 의해 점령당했던 지역이었던 탓에 이방인들과 섞여 살았던 순수하지 못한 곳으로 여겨졌습니다. 사마리아 땅은 아니었어도 무시받던 변방 지역이었죠. 그래서 예수님 당시에도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요한복음 1:46)’는 말이 나왔던 겁니다.

갈릴리 나사렛 CC @위키미디어

마리아는 세상 기준으로 봤을 때 주목할 만한 것이 없는 평범하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게다가 예수님을 잉태한 것은 아직 혼인하지 않고 약혼만 했던 상태였죠. 처녀가 임신한 것은 당시 유대 사회에서 돌에 맞아 죽을 만큼 불명예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하나님 앞에서 겸손했고, 그들의 순종은 정말 용감한, 절대적인 순종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셔서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심으로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십니다. 세상의 천한 것, 멸시받는 것, 없는 것들을 택하셔서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십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심입니다(고린도전서 1:27~29).

이런 하나님의 선택은 예수님의 잉태와 출생 과정에서도 드러납니다. 마리아나 요셉이 선택받은 것은 그들의 공로나 배경, 어떤 조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구원받거나 쓰임 받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모든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 은혜에 달려있습니다.

📌 비천한 여종이란 말은 헬라어 원문에서 타페이노시스 둘레(ταπείνωσις δούλη)라고 되어있습니다.
타페이노시스(ταπείνωσις): ‘비천함’이나 ‘낮아짐’을 의미합니다. 이는 마리아의 사회적 지위가 낮고 평범한 처녀였음을 뜻하지만, 동시에 하나님 앞에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태도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둘레(δούλη): ‘여종’이나 ‘하녀’를 의미합니다. 마리아가 “주의 여종”이라고 고백할 때 사용한 단어입니다. 이는 단순히 사회적 신분을 넘어,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겠다는 헌신적인 자세를 표현합니다.
비천한 여종이란 말은 마리아의 낮은 사회적 지위와 하나님을 향한 겸손한 순종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습니다.

3. 평범하지 않은 여러 열악한 형편에 처하심

첫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 (누가복음 2:7)

그리스도께서 왕이나 귀족 집안에 태어나셨다면 어떻게 자라나셨을까요? 마구간에서 태어나지도, 요람 대신 말구유에 누울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에돔 사람(이두매인)인 헤롯 집안에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께서 태어날 리는 없지만, 만약 그랬다면 헤롯의 마수를 피해 애굽으로 피신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성경에 기록된 많은 어려움들을 거의 겪지 않고 자라셨을 수 있습니다. 아주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시고, 약한 자들 없는 자들의 괴로움을 몸소 체험하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맺는말

성부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따라 독생 성자 그리스도께서는 비천한 여종의 아들로 태어나 평범하지 않은 여러 가지 열악한 형편에 처하시기까지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내가 자랑할 것이 없으니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낮아지심과 더불어 오늘날에도 하기 힘든 온전한 순종을 보인 마리아의 결단과 인내에도 존경을 보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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