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복음 10장 34절 내가 너희를 신이라 하였노라 – 우리는 신이 될 수 있는가?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희 율법에 기록한바 내가 너희를 신이라 하였노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성경은 폐하지 못하나니,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들을 신이라 하셨거든 (요한복음 10:34~35)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은 수전절 무렵 어느 겨울날, 성전의 솔로몬 행각에서였다. 12월이 우기라, 비를 피하기 위한 시설인 행각(porch, colonade)으로 다니셨던 것으로 보인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에워싸고, 메시아인지 아닌지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당시 사람들은 잘못된 메시아 관으로 정치적인 메시아를 고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까지 예수님께서는 비유적으로만 말씀하시고 직접 밝히지는 않으셨기 때문이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아버지의 이름으로 하는 일들이 나를 증거한다(25절)’고 하시며 또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30절)’고 하셨다. 그러자 유대인들은 돌을 들어 치려고 했다. 예수님께서 스스로 하나님이라고 했기 때문에 신성을 모독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33절). 바로 이때 예수님께서는 ‘율법에 기록한바 내가 너희를 신이라 하였노라 하지 아니하였느냐(34절)’고 하신 것이다.
여기서 인용한 구절은 시편 82편 6절 말씀이다.
내가 말하기를 너희는 신들이며 다 지존자의 아들들이라 하였으나 (시편 82:6)
신(神)의 의미
이것은 사람들이 정말 신(神, 하나님, 엘로힘)이라는 것이 아니라, 재판장들(시편 82:1) 즉 하나님의 위임 권위를 가지고 하나님을 대신하여 공의로운 심판을 수행하는 자들을 가리킨다. 지존자의 아들들 역시 같은 의미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돌로 치려는 유대인들에게 이 말씀을 하신 것은 시편에 기록된 것처럼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일하는 사람도 ‘신들, 지존자의 아들들’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하물며 아버지께서 거룩하게 하시고 세상에 보내신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참 아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신성모독이 될 수 없다는 뜻이라고 하겠다.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일하는 재판관들도 그 하는 일로 인정을 받는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 역시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이름으로 하는 일들이 그분을 증명’하지 않겠는가.
시편 82편 6절에서도 그렇고, 출애굽기 22장 8절, 9절에서도 재판장으로 번역된 단어는 ‘엘로힘’이다. 성경 원문에서 ‘엘로힘’은 ‘하나님’을 뜻하지만, 이렇게 문맥에 따라 하나님의 권위를 위임받은 ‘재판장’을 지칭하기도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 하나님으로부터 권세를 받대리인이기에 엘로힘이란 말을 재판장으로도 썼던 것이다. 그 근거는 시편 82편 1절에서 볼 수 있다.
하나님이 하나님의 회(모임) 가운데 서시며 재판장들 중에서 판단하시되 (시편 82:1)
우리는 신이 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신이 될 수 있는 것인가? 시편 82편 6절이나 요한복음 10장 34, 35절 말씀은 ‘우리가 신이 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지 않다. 만약 우리 하나하나가 신이 된다면(될 수 있다면), 하나님은 오직 한 분이심에서 벗어나 다신교가 되어 버린다.
출애굽기 20장은 십계명에 대한 기록이다. 3절에는 무엇이라고 나와 있는가.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고 하셨음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가 신이 된다면 우리 스스로가 우상이 되는 셈이 아닌가.
우리에게 신이 될 수 있다, 하나님과 같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자가 누구인가. 창세기 3장 5절에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고 거짓으로 인간을 유혹한 뱀이 아닌가.
요한복음의 ‘신’이라는 표현은 하나님의 권위를 위임받은 자를 뜻하지만, 창세기에서 뱀이 유혹한 ‘하나님과 같이 됨’은 본질적으로 하나님과 동등해지려는 인간의 교만을 의미한다. 스스로를 신이라 내세운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 이단 사이비 교주들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이 신이라면, 하나님으로부터 말씀을 받은 선지자나 제자들도 신이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루스드라에서 앉은뱅이를 고친 바나바와 바울을 신이라 여기며 제사를 지내려는 사람들에게 ‘우리도 너희와 같은 성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소리쳐 말렸다(사도행전 14장 8~18절).
요한복음 10장에 기록된 말씀은 하나님 말씀을 받아 일하는 너희도 신이라 부를 정도로 존귀하게 대접했는데 하물며 거룩한 하나님의 아들인 내가 하나님과 하나라고 하니 돌로 치려 하느냐 하고 사람들의 불의함을 책망하시는 말씀이다. 사람이 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경배의 대상은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예수님의 신성을 강조하는 의미인 것이다.
시편 82편 역시 사람이 신이다, 혹은 신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엘로힘이라 불리는 그 재판관(통치자, 권세자)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그러나 현실의 모습은 어떤지 책망하는 내용이다.
- 이상적인 재판장: 가난한 자와 고아를 위하여 판단하며 곤란한 자와 빈궁한 자에게 공의를 베풀며 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구원하여 악인들의 손에서 건질찌니라(2~3절)
- 불의한 재판장 : 불공평한 판단을 하며 악인의 낯 보기(2절), 저희는 무지무각하여 흑암중에 왕래하니 땅의 모든 터가 흔들리도다. 너희는 범인 같이 죽으며 방백의 하나 같이 엎더지리로다 (5~7절)
세상은 사람이 다스리는 것 같으나, 사실은 권세를 위임받은 자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통치자는 하나님이시다. 세상 모든 나라는 하나님의 것이다. 그래서 시편 기자는 ‘하나님이여 일어나사 세상을 심판하소서. 모든 나라가 주의 소유이기 때문이니이다(8절)’라고 기도로 82편을 마무리하고 있다.
결론
우리는 하나님이 될 수 없다. 하나님은 오직 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자를 엘로힘이라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신’이 아니라 그만큼 존귀한 자라는 의미다. 우리는 하나님(신)이 아니다. 하나님의 존귀한 자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