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좁아서 두근두근
주말에 ‘좁아서 두근두근 ‘ 이라는 책을 읽었다. 어린 아이들은 대개 그렇지만, 유난히 좁은 공간을 아늑하게 여기는 막내 덕에 표지만 보고도 웃음이 나오는 책이었다.
내 아이지만 그런 면은 나와 무척 다르다. 넓고 툭 터진 곳을 좋아하고 책상도 벽이나 창을 향하기 보다는 벽을 등지고 넓은 면을 향해 앉기 좋아한다. 특히 머리 위에 뭔가 있는 것을 싫어한다. 다락방 처럼 지붕이 납작한 곳은 괜찮은데, 놀숲처럼 2층으로 되어있는 아래쪽 공간도 싫어한다. 높은 곳을 잠자리로 활용하고 침대 아래쪽에 책상이나 소파를 두고 활용하는 방법 은 나로서는 시도하지 못할 인테리어 방식이다. 막내는 그런 공간은 물론, 캐비닛 처럼 문닫고 들어가는 그런 책상 도 좋아한다. 어렸을 때에는 책상 밑에도 곧잘 들어가있곤 했다.
좁아서 두근두근을 쓴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 도 좁은 공간을 어지간히 좋아하나보다. 일명 ‘좁은 곳 마니아’란다. 길에서 흔히 보는 복권 파는 가판대를 보고 지구가 위험해지면 우주로 솟아오를 탈출정으로, 기차 플랫폼 계단 아래 있는 국수집 모서리를 가게 주인의 샌드위치나 오니기리 저장고로 상상하기도 한다.

그런 유쾌한 상상도 있지만,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생각도 있다. 예를 들면 ‘회전문’ 에 관한 것인데, 작가는 채찍을 맞으며 노예들이 끊임 없이 돌리는 연자방아를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놀이터에 있는 ‘뺑뺑이’가 생각난다. 비슷한 그림이지만 놀이터에서 신나게 돌리다 매달리거나 잽싸게 올라타 로켓 같은 속도감을 즐기던 뺑뺑이에 더 가깝지 않을까? 나는 그런데.
이밖에도 자동 개찰구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물레방아처럼 손으로 밀고 지나가게 되어있는 개찰구 말고, 표를 찍으면 작은 문이 양쪽으로 열리는 그런 개찰구다. 막내 어릴 때 스스로 해본다고 하다 오류가 나서 문이 코앞에서 텅! 하고 닫혀버렸다. 내가 기억하기론 가슴 부위를 부딪쳤던 것으로 알았는데, 본인 말로는 코를 맞을 뻔 했단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때를 생각하면 자동 개찰구에 대한 작가의 공포도 이해가 된다.
105쪽에 불과한 얇은 책인데 1/3 정도는 ‘추억의 밥상’ 코너가 부록으로 달려있다. 아이스크림 보다 더 관심을 끌었던 뭉게뭉게 드라이아이스, 우연치 않게 생각나버린 장난감의 맛…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많고 나는 아닌데… 싶은 이야기들도 더러 있는 일러스트 에세이다.
잠깐 시간 날 때, 어디 갈 때 가방에 슬쩍 넣고 길을 나서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