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3 – 태풍
소녀3 – 태풍 두런두런 들리는 말소리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니 천정에 달린 둥근 형광등에 눈이 부시다. 잘 떠지지도 않는 비벼본다. 덜컹덜컹 들창이 흔들린다. 엄마 아빠랑 동생까지 내가 자는 할머니 방으로 몰려왔다. 엄마가 촉촉히 물기 흐르는 배를 깎아 내민다. ‘자다 말고 웬일이야?” 하지만 말 없이 받아 먹는다. 달디 단 배즙이 손목을 타고 흐른다. 얼른 혀로 […]
소녀3 – 태풍 두런두런 들리는 말소리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니 천정에 달린 둥근 형광등에 눈이 부시다. 잘 떠지지도 않는 비벼본다. 덜컹덜컹 들창이 흔들린다. 엄마 아빠랑 동생까지 내가 자는 할머니 방으로 몰려왔다. 엄마가 촉촉히 물기 흐르는 배를 깎아 내민다. ‘자다 말고 웬일이야?” 하지만 말 없이 받아 먹는다. 달디 단 배즙이 손목을 타고 흐른다. 얼른 혀로 […]
소녀2 여름은 참외며 토마토, 수박 등등 먹을 것들이 지천이라 흐뭇하다. 날이 더워져 겨드랑이 촉촉이 젖을 무렵이 되면 찬합에 밥이며, 과일을 싸가지고 가는 데가 있다. 오늘도 보자기 안에는 불고기며 나물, 여러가지 전 나부랭이들이 차곡이 담긴 찬합이 있다. 또 하나, 할머니가 꼭 챙기시는 게 있다. 꽃이다. 장미같은 꽃나무와 꽃삽, 전지가위 등이다. 이렇게 먹을거와 꽃을 챙기면 신이 나야
소녀 소녀는 담장 벽돌 틈사이를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보들보들한 벨벳같은 녹색이끼가 느껴졌다. 비가온지 며칠 되지 않아 촉촉했다. 그 느낌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고 몇 날이 지나면 이것도 촉촉함을 잃고 까실까실해지겠지. 아빠 턱수염만큼은 아니지만. 벽돌사이에 패인 홈을 따라 손톱을 세우고 주욱 밀어내면 이끼는 도로롱 말리면서 벗겨진다. 그 재미에 소녀는 혓바닥을 입술새로 샐쪽 내민채 열심히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