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2문 하나님의 은혜가 두 번째 언약에 어떻게 나타납니까?
답 : 하나님께서는 중보자를 값없이 예비하여 주셔서 죄인들이 그로 말미암아 생명과 구원을 얻도록 하십니다. 또 죄인들이 중보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믿음을 요구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택하신 모든 사람에게 다른 모든 구원의 은혜와 믿음이 그들 안에서 역사하도록 하나님의 성령을 주셔서 모든 일에 거룩한 순종을 할 수 있게 하십니다. 이런 순종은 하나님께 대한 믿음과 감사가 확실하다는 증거이며, 하나님께서 그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약속하신 방법입니다.
1. 값없이 예비하고 주신 중보자로 말미암아 죄인들이 생명과 구원을 얻게 하심
인간의 타락 이후, 아담은 첫 번째 언약을 깨뜨려 하나님의 심판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원수가 되었고, 전적으로 부패하고 무능력하며, 자기 힘으로는 하나님과 화해하거나 용서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중보자 없이는 단독으로는 감히 하나님 앞에 설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을 위해 하나님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중보자로 값없이 예비해 주셨습니다. 중보자(仲保者, mediator)란 적대적인 두 당사자 사이에서 화해와 일치를 도모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하나님의 독생자 그리스도는 중보자로 이 땅에 오셔서 우리를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셨고, 용서해 주시고, 죄와 비참 가운데서 건져주셨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의무가 아니라, 순전한 사랑과 은혜의 선물입니다.
예수님은 이미 창세기 3장 15절의 원시 복음에서 처음으로 중보자로 제시되셨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이 타락한 다음 부랴부랴 내놓은 응급 처방이 아닙니다. 삼위 하나님께서 영원 전부터 마련하신 은혜로운 언약입니다(디도서 1:2).
우리는 중보되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생명과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누구든 중보자 없이 하나님 앞에 서면 소멸되고 맙니다.
- 창세기 3:15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
- 디모데전서 2:5 하나님은 한 분이시요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
- 요한일서 5:12 아들이 있는 자에게는 생명이 있고 하나님의 아들이 없는 자에게는 생명이 없느니라
- 출애굽기 33:20 또 이르시되 네가 내 얼굴을 보지 못하리니 나를 보고 살 자가 없음이니라
2. 중보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믿음을 요구하심
하나님께서는 집 나간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버지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누구든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유일한 중보자 되심을 믿기만 하면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중보자 없이는 우리 스스로 구원을 받을 수도, 하나님 앞에 설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 요한복음 3:16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 요한복음 1:12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 요한복음 3:36 아들을 믿는 자에게는 영생이 있고 아들에게 순종하지 아니하는 자는 영생을 보지 못하고 도리어 하나님의 진노가 그 위에 머물러 있느니라
- 요한복음 14: 6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하지만 믿음 자체가 구원의 원인이나 조건은 아닙니다. 그리스도와 관계를 맺고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구원의 은혜를 누리게 하는 수단이자 통로일 뿐입니다.
이 믿음에는 자기 힘으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음을 알고 그리스도만을 바라보는 낮아짐과, 그리스도가 우리의 주인이며 유일한 구원자라는 올바른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없다면 참된 믿음이라고 할 수 없으며, 당연히 구원에 이를 수 없을 것입니다.
3. 믿음을 주시고 구원의 은혜와 순종을 할 수 있게 하심
우리가 ‘믿어서’ 구원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믿는 행위로 구원을 받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믿음조차도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령 하나님께서 함께하지 않으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라 부를 수도 없고, 믿음도 생겨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믿기로 선택한 것 같으나, 사실은 하나님께서 나를 택하시고 부르시고 함께하시고 믿음마저 주셔서 구원에 이르게 하신 것입니다. 성도의 구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적으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 고린도전서 12:3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알리노니 하나님의 영으로 말하는 자는 누구든지 예수를 저주할 자라 하지 아니하고 또 성령으로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예수를 주시라 할 수 없느니라
- 에베소서 2:8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 잠언 1:23 나의 책망을 듣고 돌이키라 보라 내가 나의 영을 너희에게 부어 주며 내 말을 너희에게 보이리라
- 로마서 5:5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
이렇게 참된 믿음을 가지게 된 사람은 반드시 삶의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성령님께서 그 사람 안에서 역사하시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를 성령의 열매라고 합니다. 시간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진정한 믿음이 있는 곳에는 이 변화가 반드시 뒤따릅니다.
- 갈라디아서 5:22~23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이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
믿음은 우리를 순종할 수 있는 사람, 순종하는 사람으로 바꿔줍니다. 타락한 인간은 목이 곧고 마음이 굳어 순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령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하시고, 곧은 목을 잘 익은 벼처럼 하나님께 숙여 거룩한 순종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끄십니다. 성도의 순종은 성령님의 역사하심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따라서 이 순종 역시 구원의 결과이자 증거이며,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마음 속에 순종하겠다는 생각과 의지가 있습니까? 구원을 받았다는 증거입니다.
- 에스겔 36:26~27 또 새 영을 너희 속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 또 내 영을 너희 속에 두어 너희로 내 율례를 행하게 하리니 너희가 내 규례를 지켜 행할지라
- 고린도후서 5:15 그가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으심은 살아 있는 자들로 하여금 다시는 그들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오직 그들을 대신하여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이를 위하여 살게 하려 함이라
- 야고보서 2:18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너는 믿음이 있고 나는 행함이 있으니 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내게 보이라 나는 행함으로 내 믿음을 네게 보이리라 하리라
- 야고보서 2:22 네가 보거니와 믿음이 그의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하게 되었느니라
- 로마서 8:3~4 율법이 육신으로 말미암아 연약하여 할 수 없는 그것을 하나님은 하시나니 곧 죄로 말미암아 자기 아들을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보내어 육신에 죄를 정하사 육신을 따르지 않고 그 영을 따라 행하는 우리에게 율법의 요구가 이루어지게 하려 하심이니라
맺음말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제32문은 하나님의 은혜가 두 번째 언약에서 얼마나 온전하고 풍성하게 나타나는지 분명히 보여줍니다. 죄와 비참에 빠진 인간에게 값없이 중보자를 예비하시고, 그분을 믿을 수 있도록 믿음의 선물까지 주시며, 나아가 믿음의 결과로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을 살게 하시는 모든 과정이 전적인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습니다.
이처럼 구원은 인간의 어떤 행위나 노력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서 중보자 그리스도와 성령을 통해 베푸시는 선물입니다. 우리가 거룩한 순종의 삶을 살게 되는 것 역시 우리가 구원받을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구원받은 자녀로서 마땅히 드러내야 할 삶의 열매입니다. 이는 곧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믿음과 감사의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영원 전부터 계획하시고 성취하신 은혜로운 방법임을 깨닫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