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저널 쓰기 – 종이에 기록하는 즐거움

다이어리, 저널 쓰기 – 종이에 기록하는 즐거움

옛날엔 수첩이라고 하던 것이 다이어리라고 하더니, 요즘은 또 저널이란 말이 유행이다. 다 비슷비슷한 말이고, 개인적인 글쓰기 측면에서 보면 더욱 그렇지만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수첩, 다이어리, 저널이 제품(상품)으로서의 차이도 있겠지만 글쓰기에 있어서도 좀 다른 특징이 있다. 수첩에 쓰는 것은 보통 메모다. 잊지 않기 위한 기록들이 대부분이다. 다이어리는 어떤 형식을 갖춘 상품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일상의 기록 자체를 말하기도 한다. 저널은 또 다르다. 다이어리가 단순한 일상 기록의 성격이 강한 데 비해 저널은 그중 한 주제를 택해 자기 생각과 느낌을 펼치는 글쓰기를 가리킬 때가 많다. 하지만 수첩이든 다이어리든 또는 저널이든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글쓰기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 글에서는 ‘다이어리, 저널 쓰기 – 종이에 기록하는 즐거움’ 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다이어리, 저널 쓰기 - 종이에 기록하는 즐거움

 

1. 내 다이어리의 역사

1) 업무용 다이어리와 학생수첩

예전부터 아기자기하게 손맛나는 느낌으로 다이어리를 꾸며가는 것을 보면 무척 부러웠고 나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쓰던 일기를 제외하고는 한 권 꽉꽉 채워 쓴 공책은 없었던 것 같다. 직장생활 할 때 받은 회사 다이어리는 그 모습부터 삭막하기 짝이 없고 상상의 여지가 없는 형태였다. 게다가 핸드백에 들어가지도 않는 크기라 사무실 책상 서랍에서 잠자기 일쑤였다. 대신 늘 써서 익숙해진 학교 학생수첩이나 동창회수첩을 따로 구입해 가지고다녔다. 업무에 관련된 내용은 포스트 잇에 써서 붙였다가 출근해서 업무용 다이어리에 붙이는 식으로 활용했다.

 

2) 시스템 다이어리와 스마트 폰

그러다 시스템 다이어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인더 식으로 되어있어 매년 연락처를 바꿀 필요도 없고, 필요한 양식은 더 채워 넣고, 필요 없는 것은 빼면 되는, 당시로서는 아주 혁신적인 것이었다. 그러다 스마트폰이 나오고 스케줄러와 다이어리, 노트, 연락처, 명함철 등등 모든 것이 다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 가방에 종이가 없는 세상이 온 듯 했다. 그리고 10년 가까이 흘렀다. 사라지는 듯 했던 종이가 다시 등장했다.

 

3) 종이의 부활

충전이 필요없고 로딩이 필요없으며 직접 직관적인 작업이 가능한 것다는 것이 종이에 뭘 쓰고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키보드를 통해 입력하는 것은 아무래도 선형적 사고를 유도한다. 그에 반해 종이에 직접 손으로 작업하는 것은 글과 그림(점, 선, 면, 온갖 기호들…)을 통해 즉각적이고 전방위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더 자유스럽고 창의적인 발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2. 뷸렛 저널과 몰스킨

1) 뷸렛 저널

어떤 다이어리건 연간(yearly)-월간(monthly)-주간(weekly)-일간(daily)의 틀이 있다. 제품에 따라 몇가지가 빠지긴 해도 큰 틀은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디자인은 다르지만 기존에 주어지는 양식이 있다. 그 틀 안에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뷸렛 저널은 그렇지 않다. 양식이 따로 없다. 쓰는 사람의 뜻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응용이 가능하다. 뷸렛 저널은 다이어리 상품이 아니다. 다이어리를 적는 양식이다. 뷸렛 저널이 궁금하다면 불렛 저널과 아트박스 수첩 글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쓸게 없어 휑하게 비어버린 빈 칸이나 쓸게 많아 칸이 모자라는 일이 없다.

 

2) 몰스킨

(1) 2017년 다이어리

뷸렛 저널이 유연하게 쓰는 방식을 배우게 했다면, 일년 동안 끝까지 다이어리 한 권을 써내게 했던 것은 다름아닌 몰스킨이다. 재작년, 스타벅스에서 e 프리퀀시 스티커를 모으면 몰스킨 다이어리를 준다는 말을 남편에게 전했다. 그랬더니 거의 한 달 동안 사람을 만날 때면 약속장소를 스타벅스로 정해가며 스티커를 모아 다이어리로 교환해 주었다. 몰스킨이 비싸지만 커피 17잔 값보다 비싼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만년다이어리도 아니고 2017년 달력이 찍혀 나오는 다이어리였다. 그런 까닭에 한 장이라도 그냥 버릴세라 정말 알뜰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바로 사진에서 보이는 빨간색 다이어리다.

 

(2) 2018년 다이어리

작년에 이어 올해 쓸 다이어리 역시 몰스킨이다. FRUITFULIFE라고 각인까지 되어있는 이 노트 역시 남편의 선물이다. 사실 이번 몰스킨은 다이어리가 아니다. 그냥 아무 인쇄도 되어있지 않은 플레인 노트-무지공책-이다. 새해 둘째날, 오늘은 1년 365일을 볼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고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써넣었다. 분홍색 형광펜으로 일요일과 공휴일도 표시했다. 토요일을 뺐는데도 쉬는 날이 생각보다 많았다.

다이어리, 저널 쓰기 - 종이에 기록하는 즐거움

 

(3) 종이 질은 양지노트가 으뜸

사실 몰스킨 노트는 그 가격에 비해 종이 질이 좋은 편이 아니다. 만년필을 쓰면 EF촉이 아닌 다음에야 뒷장에 비친다. 좀 굵은 펜이라면 배어나오기까지 한다. 연필이 제일 잘 어울린다. 몰스킨의 장점이라면 늘 같은 디자인으로 다음 해에도 또 쓸 수 있다는 점, 꾸준히 써서 모았을 때 전집이 되는 뿌듯함이 있다는 것. 그것 하나다. 굳이 하나 더 꼽자면 비싸기에 아껴쓸 수 있다는 점이랄까.

종이 질을 말하자면 양지사에서 나온 다이어리와 노트가 으뜸이다. 가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지 노트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제본때문이다. 몰스킨 같은 공책은 어디를 펼쳐도 쫙 펴진다. 하지만 양지 노트는 그렇지 않다. 쫙 펴지지 않고 둥글게 펴지기 때문에 가운데 뭘 적으려면 너무나 힘들다. 이런 제본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3. 종이에 쓰는 즐거움

1) 무엇을 쓰나

밥장은 ‘밥장, 몰스킨에 쓰고 그리다‘에서 특별해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면 특별해진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잘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며 새로운 적자생존론을 펼치기도 했다. 돈 쓴 것도 적고 책 읽은 것, 영화 본 것, 밥 먹은 것도 적는다. 신문 기사를 읽다 화가 나거나 공감이 가는 것들을 적기도 한다. 때로는 모르는 말을 찾아 적기도 한다. 약속이나 할 일, 집안 대소사 등 각종 일정을 적는 것은 물론이다. 성경구절이나 책을 읽다 인상 깊은 구절을 적기도 한다.

 

2) 왜 쓰나

일단 기억하려고 쓴다. 쓴 것도 기억이 날까말까인데 안 쓴 것이 기억날 리 없다. 약속이 정해지면 일단 스마트폰 캘린더에 기록하고, 집에 와서 다이어리에 적는다. 식구들 보라는 공지의 의미로 벽에 걸린 달력에 표시해 놓기도 한다. 학교다닐 때 부터 외우는 것에는 재능이 없었다. 이해를 하지 않으면 외워지지 않아 벼락치기는 꿈도 꾸지 못했다. 지금 역시 책을 베끼면서도 그대로 쓰지 못하고 비슷한 다른 말로 적어놓기 일쑤다. 성경구절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뭐 자꾸자꾸 쓰다 보면 언젠가는 기억나고 또 외워지겠지.

 

3) 쓰는 걸로 끝?

쓰는 것 자체가 생각을 정리하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사실 쓴다고 끝은 아니다. 쓴 것을 의미있게 하려면 써 놓은 것을 자꾸 읽어야 한다. 읽으면 기억하고 생각하게 되며 정리하게 된다. 또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것이 나온다. 적은 내용이 특별해지고 적는 사람이 살아남게 된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닐까.

 

4) 또박또박

적은 것을 나중에 다시 보려면 잘 써야 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단 글씨를 잘 써야 한다. 달필일 필요는 없지만, 쓰면서 자괴감이 들지 않고 다시 읽을 때 무슨 내용인지 알아볼 수 있으면 된다. 그런 점에서 남편 글씨가 가장 부럽다. 공책 어디를 펴도 기계로 찍어낸듯 반듯한 것이 마치 책을 편 느낌이다. 글씨가 한눈에 들어온다. 반면 내 글씨는 못쓴 글씨는 아닌데 묘하게 뇌를 한 번 거쳐야 내용이 들어온다. 그럴 때 마다 또박또박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쓰다보면 어느새 날아가듯 펼쳐지는 글씨를 막기가 무척 어렵다.

 

5) 꾸미기

글만 적으면 되지 여자나 애도 아니고 꾸미는 것은 낯간지럽다고 여기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은, 꾸미는 것 역시 기록의 일부라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고? 줄글로 적으면 길어지고 나중에 봤을 때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이 꾸미기에 따라 찾기 쉽고 알아보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받은 명함, 극장표, 여행지의 화폐나 기념 스티커, 스탬프, 가족에게 받은 짧은 편지… 이런 것들을 붙여보자. 이것 자체가 훌륭한 기록이다. 게다가 밋밋한 공책에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특히 명함은 따로 정리하는 것 보다 해당하는 날짜에 붙여놓으면 찾기도 쉽고 당시 상황도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무늬 있는 테이프나 스티커, 형광펜 등으로 글을 강조할 수도 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시간이나 정성, 솜씨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활용하기 적당하다.

이렇게 꾸미다 보면 글만 줄줄 써 넣는 것보다 정이 가고 일년동안 꾸준히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게하는 자극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뭐든 과유불급. 뭐가 중요한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요란하게 칠한다거나 꾸미는게 부담이 되버리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적당히, 재미를 느낄 정도로 하자. 재미 없는 것, 부담스러운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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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ttp://lalawin.com lalawin

    종이 다이어리만의 특별함이 있는 것 같아요.
    전 그 날 그 날의 기분이나 상태가 필체에 묻어 나오기도 하고, 사방으로 자유롭게 칸 넘어가면서 막 써도 되는 점들이 좋아요~

    • https://www.fruitfulife.net/ 열매맺는나무

      라라윈님, 반갑습니다. ^^
      저도 이리저리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백지(플레인)이 좋더라구요.

  • https://webmini.kr/ 이카루스

    다이어리를 받기는 받았는데 사용을 거의 안한지라…ㅜㅜ
    이것을 들고 메모를 했는데 요즘은 스마트폰이 모두 대체를 하는 것 같은데 편리함이 우선시 되는 것 같아요..
    대신 이것을 잃어버리면 맨붕이 오죠..^^

    • https://www.fruitfulife.net/ 열매맺는나무

      스마트폰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거기 담긴 정보들은 내 가방, 내 책상에 있을 것들을 다 끌어담아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 잃어버리면 그야말로 ‘멘붕’이 올 수 밖에 없겠죠. 상상해 보기도 싫습니다. ㅎㅎ
      종이에 쓰는 것은 기기에 입력하는 것과는 약간 다른 뭔가가 있습니다. 마인드 스톰이랄까… 보다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종이>노트북이나 데스크탑>스마트폰 순서죠. 물론 생각하고 정리하고 그런 것들이 다 가능은 한데, 작은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머리에서 멀미가 나는 것만 같아요. 물론 둘 다 장단점이 있으니 그때그때 맞춰 사용하는게 답이겠죠.

  • http://est0que.tistory.com/ Estoque

    다이어리 잘 쓰시는 분들 보면 약간 부럽기도 합니다. 사실 저도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끊임없이 기록하고 정리하는 편인데 문제는 손글씨가 너무 더러워서 왠만하면 적는 행위 자체를 피하고 있어요… ㅠㅠ (그런점에 있어서 에버노트는 신이 내린 축복입니다. ㅋㅋ)

    연말마다 부모님이 주거래 은행에서 양지사 다이어리를 받아다가 주시는데 저는 써본적이 없네요… ㅎㅎ;;; 대신에 줄없는 연습장은 끼고 다니면서 글이 아닌 그림으로 기록해야 될 일이 생길경우 거기에 그리고 있습니다.

    • https://www.fruitfulife.net/ 열매맺는나무

      Estoque님, 오래간만이에요. ^^
      요즘 손으로 적는 것에 재미를 붙였는데 나름 좋네요. 저도 줄쳐진 것보다 자유로움을 주는 플레인 노트가 좋더군요.

      • http://est0que.tistory.com/ Estoque

        뭔가 줄이 있으면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게 생겨서 별로인것 같아요 ㅎㅎ
        스킨 바꾸셨네요 ㅎㅎ 뭔가 가독성 면에서 더 나아진것 같아서 좋습니다. ^^

        • https://www.fruitfulife.net/ 열매맺는나무

          고맙습니다. 그러잖아도 바로 오늘 오후 테마 바꾸고 좀 느린 것 같아서 고민됐는데, 더 나아졌다니 다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