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32장 요단 동편을 차지한 사람들
민수기 32장에는 요단강 동쪽 땅을 차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약속의 땅 가나안은 분명 요단강을 건너야 나오는 요단 서편에 있다. 그런데 그들은 어째서 가나안 땅에 들어서기도 전에, 요단강을 건너기도 전에 요단 동편을 차지하게 된 것일까?

1. 가축을 기르기 알맞았다
- 르우벤 자손과 갓 자손은 심히 많은 가축의 떼가 있었더라 그들이 야셀 땅과 길르앗 땅을 본즉 그곳은 가축에 적당한 곳인지라
- 갓 자손과 르우벤 자손이 와서 모세와 제사장 엘르아살과 회중 족장들에게 말하여 가로되
- 아다롯과 디본과 야셀과 니므라와 헤스본과 엘르알레와 스밤과 느보와 브온
- 곧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회중 앞에서 쳐서 멸하신 땅은 가축에 적당한 곳이요 당신의 종들에게는 가축이 있나이다
- 또 가로되 우리가 만일 당신에게 은혜를 입었으면 이 땅을 당신의 종들에게 산업으로 주시고 우리로 요단을 건너지 않게 하소서 (민수기 32장 1~5절)
민수기 32장은 ‘르우벤 자손과 갓 자손은 심히 많은 가축의 떼가 있었더라’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제 미디안과의 싸움에서도 이기고 가나안을 눈앞에 둔 상태에 있었다. 요단강만 건너면 바로 하나님이 약속하신 가나안 땅이었다. 그런데 지금 르우벤과 갓의 자손들은 강을 건너지 않고 그대로 요단 동편에 머물겠다고 한다. 무슨 일일까?
지금 그들이 보고 있는 땅은 야셀 땅, 길르앗 땅이다. 그곳은 요단강과 그 지류인 야르묵 강, 얍복 강, 아르논강 사이에 위치한 땅으로서 목축에 매우 적합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그 땅을 본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다른 10지파도 함께 그 땅을 보았으나, 그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가나안 땅 입성을 먼저 생각했다.
항상 문제는 너무 많이 갖고 있는 데서 나온다. 뭔가 가지면 더 많이 갖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욕심, 탐욕이 눈을 가리면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은혜, 의리, 사명… 이런 것들은 뒷전이 된다. 지금 모두 힘을 합쳐 가나안 땅 정복이라는 사명을 감당해야 할 때, 그들은 ‘이 땅을 당신의 종들에게 산업으로 주시고 우리로 요단을 건너지 않게 하소서’라고 요청하고 있다.
아브람에게서 떠나 가나안 남부 소알 땅을 차지했던 롯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이에 롯이 눈을 들어 요단 들을 바라본즉 소알까지 온 땅에 물이 넉넉하니 여호와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시기 전이었는고로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았더라. 그러므로 롯이 요단 온 들을 택하고…(창세기 13장 10~11절)
롯과 아브람이 헤어지게 된 것도 그들의 소유가 너무 많아져 함께 있기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롯은 이렇게 자기 눈에 보암직한 곳을 먼저 차지하고 삼촌 곁을 떠났다.(창세기 13장 서로 떠난 아브람과 롯)
5절, ‘요단을 건너지 않게’라는 말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요단 동편의 지금 이 땅을 주면, 가나안 땅을 정복했을 때 땅을 따로 더 나눠주기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가나안 땅 정복 전쟁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2. 경고받는 갓과 르우벤 자손
- 모세가 갓 자손과 르우벤 자손에게 이르되 너희 형제들은 싸우러 가거늘 너희는 여기 앉았고자 하느냐
- 너희가 어찌하여 이스라엘 자손으로 낙심케 하여서 여호와께서 그들에게 주신 땅으로 건너갈 수 없게 하려느냐
- 너희 열조도 내가 가데스바네아에서 그 땅을 보라고 보내었을 때에 그리 하였었나니
- 그들이 에스골 골짜기에 올라가서 그 땅을 보고 이스라엘 자손으로 낙심케 하여서 여호와께서 그들에게 주신 땅으로 갈 수 없게 하였었느니라
- 그때에 여호와께서 진노하사 맹세하여 가라사대
- 애굽에서 나온 자들의 이십세 이상으로는 한 사람도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한 땅을 정녕히 보지 못하리니 이는 그들이 나를 온전히 순종치 아니하였음이니라
- 다만 그나스 사람 여분네의 아들 갈렙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는 볼 것은 여호와를 온전히 순종하였음이니라 하시고
-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진노하사 그들로 사십년 동안 광야에 유리하게 하심으로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한 그 세대가 필경은 다 소멸하였느니라
- 보라 너희는 너희의 열조를 계대하여 일어난 죄인의 종류로서 이스라엘을 향하신 여호와의 노를 더욱 심하게 하는도다
- 너희가 만일 돌이켜 여호와를 떠나면 여호와께서 또 이 백성을 광야에 버리시리니 그리하면 너희가 이 모든 백성을 멸망시키리라 (민수기 32장 6~15절)
모세는 앞으로 남은 전투에 함께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형제들은 싸우러 가거늘 너희는 여기 앉았고자 하느냐’고 책망했다. 만약 그들이 먼저 땅을 차지하고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면, 남은 사람들은 낙심하게 될 것이고 가나안 입성은 실패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뜻에 정면으로 거부하는 행위다.
모세는 그것을 40년 전 가데스바네아에서 보냈던 12 정탐꾼 중 믿음 없는 부정적인 말로 온 회중을 낙심시키고 심판에 이르게 했던 10 정탐꾼을 상기시켜 설득한다. 그리고는 그들의 지금 행위는 여호와 하나님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떠나는 것이며, 나머지 백성을 멸망시키는 짓이라 경고한다.
14절의 ‘계대(繼代)’는 대를 잇다, 계승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너희의 열조를 계대하여 일어난 죄인의 종류로서’라는 것은 다시 말해 ‘너희 조상들이 그러더니 이번엔 너희까지 이 지경이냐?’하는 의미다.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낙심과 절망, 두려움이 아니라 온전한 신뢰와 담대함이다.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는다. 두려움에는 형벌이 따른다.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기 때문이다(요한일서 4장 18절).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뒤를 이은 여호수아에게 ‘마음을 강하게 하라 담대히 하라. 너는 이 백성으로 내가 그 조상에게 맹세하여 주리라 한 땅을 얻게 하리라(여호수아 1장 6절)’라고 격려하셨다.
3. 각오와 결심
- 그들이 모세에게 가까이 나아와 가로되 우리가 이곳에 우리 가축을 위하여 우리를 짓고 우리 유아들을 위하여 성읍을 건축하고
- 이 땅 거민의 연고로 우리 유아들로 그 견고한 성읍에 거하게 한 후에 우리는 무장하고 이스라엘 자손을 그곳으로 인도하기까지 그들의 앞에 행하고
- 이스라엘 자손이 각기 기업을 얻기까지 우리 집으로 돌아오지 아니하겠사오며
- 우리는 요단 이편 곧 동편에서 산업을 얻었사오니 그들과 함께 요단 저편에서는 기업을 얻지 아니하겠나이다 (민수기 32장 16~19절)
모세의 말을 들은 갓과 르우벤 지파 사람들은 회개하고 반성했다. 그리고는 자기들의 잘못된 요구를 하나님 뜻에 맞게 수정했다. 1. 요단 동편 땅에 가축우리와 식구들이 살 성을 쌓도록 허락해 달라. 2. 바로 무장해 전투에 참가하겠다. 공격할 땐 선봉에 서겠다. 3. 이스라엘의 나머지 형제들이 자기 몫의 땅을 차지할 때까지(기업을 얻기까지) 이 땅으로 돌아오지 않겠다. 4. 요단강 건너편에 우리 몫의 땅을 다시 요구하지 않겠다.
16절에 ‘성읍을 건축’하겠다는 것은 새로운 성을 쌓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의 성이 무너졌으니 자기들이 전투에 참여해 자리를 비우는 동안 마음 놓고 식구들이 지낼만하도록 견고하게 보수하겠다(16절)는 의미다.
17절의 ‘그들의 앞에 행하고(선봉에 서겠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졌다. 갓 지파와 르우벤 지파는 이스라엘이 요단강을 건너고 여리고 성을 점령할 때 맨 앞에 서 돌격했다.
여호수아 4장 12절 ; 르우벤 자손과 갓 자손과 므낫세 반 지파는 모세가 그들에게 이른 것 같이 무장하고 이스라엘 자손들보다 앞서 건너갔으니
여호수아 6장 7절, 9절, 13절 ; 또 백성에게 이르되 나아가서 성을 돌되 무장한 자들이 여호와의 궤 앞에 행할찌니라(7), 무장한 자들은 나팔 부는 제사장들 앞에서 진행하며(9), 일곱 제사장은 일곱 양각 나팔을 잡고 여호와의 궤 앞에서 계속 진행하며 나팔을 불고 무장한 자들은 그 앞에 행하며(13). (여기서 ‘여호와의 궤 앞에 행하는 무장한 자’는 요단강 동편을 차지하는 르우벤, 갓, 므낫세 반 지파에서 선발된 군인들이었다).
18절에 ‘각각 기업을 얻기까지 우리 집으로 돌아오지 아니하겠다’는 말 역시 지켜졌다(여호수아 22장 1~9절).
4. 모세의 허락
-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만일 이 일을 행하여 무장하고 여호와 앞에서 가서 싸우되
- 너희가 다 무장하고 여호와 앞에서 요단을 건너가서 여호와께서 그 원수를 자기 앞에서 쫓아내시고
- 그 땅으로 여호와 앞에 복종케 하시기까지 싸우면 여호와의 앞에서나 이스라엘의 앞에서나 무죄히 돌아 오겠고 이 땅은 여호와 앞에서 너희의 산업이 되리라마는
- 너희가 만일 그 같이 아니하면 여호와께 범죄함이니 너희 죄가 정녕 너희를 찾아낼줄 알라
- 너희는 유아들을 위하여 성읍을 건축하고 양을 위하여 우리를 지으라 그리하고 너희 입에서 낸대로 행하라
- 갓 자손과 르우벤 자손이 모세에게 대답하여 가로되 우리 주의 명대로 종들이 행할 것이라
- 우리의 어린 자와 아내와 양떼와 모든 가축은 이곳 길르앗 성읍들에 두고
- 우리 주의 말씀대로 종들은 무장하고 여호와 앞에서 다 건너가서 싸우리이다
- 이에 모세가 그들에게 대하여 제사장 엘르아살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자손 지파의 두령들에게 명하니라
-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갓 자손과 르우벤 자손이 만일 각기 무장하고 너희와 함께 요단을 건너가서 여호와 앞에서 싸워서 그 땅이 너희 앞에 항복하기에 이르거든 길르앗 땅을 그들에게 산업으로 줄 것이니라
- 그러나 그들이 만일 너희와 함께 무장하고 건너지 아니하거든 가나안 땅에서 너희 중에 산업을 줄 것이니라
- 갓 자손과 르우벤 자손이 대답하여 가로되 여호와께서 당신의 종들에게 명하신대로 우리가 행할 것이라
- 우리가 무장하고 여호와 앞에서 가나안 땅에 건너가서 요단 이편으로 우리의 산업이 되게 하리이다 (민수기 32장 20~32절)
모세는 그들이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 것을 조건으로 해서 요단 동편에 정착할 것을 허락했다. 20~27절의 ‘여호와 앞에서’라는 말과 23절 ‘너희가 만일 그같이 아니 하면 여호와께 범죄함’이라는 것은 그들이 한 약속이 단지 지도자 모세, 즉 사람하고만 한것이 아니라 하나님과도 한것이기 때문이다.
28절에 보면, 모세가 엘르아살과 여호수아에게 갓과 르우벤 지파에 대해 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일종의 인수인계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되면 아론과 모세의 뒤를 이어 그들이 백성을 이끌게 될 것이다.
19절, 32절에 나오는 산업産業, 18절, 19절에 나오는 기업基業은 모두 같은 말 inheritance를 가리킨다. 5절, 22절, 29절, 30절에 나오는 산업은 possession을 번역한 것이다. 산업과 기업 모두 가나안 땅에 들어가 받을 자기 몫의 땅이긴 마찬가지다. 굳이 따지자면 inheritance는 ‘물려받는 유산’, possession은 ‘내 몫, 소유’에 포인트를 둔다 하겠다. 특히 32절 ‘우리의 산업’이란 말은 ‘the possession of our inheritance’라고 되어있다. 하나님께 이스라엘이 상속받을 것 중 자기 몫을 가리키니, 그 미묘한 차이가 좀 더 선명히 드러난다.
5. 요단 동편을 차지한 르우벤, 갓지파와 므낫세 반 지파
- 모세가 갓 자손과 르우벤 자손과 요셉의 아들 므낫세 반 지파에게 아모리인의 왕 시혼의 국토와 바산 왕 옥의 국토를 주되 곧 그 나라와 그 경내 성읍들과 그 성읍들의 사면 땅을 그들에게 주매
- 갓 자손은 디본과 아다롯과 아로엘과
- 아다롯소반과 야셀과 욕브하와
- 벧니므라와 벧하란들의 견고한 성읍을 건축하였고 또 양을 위하여 우리를 지었으며
- 르우벤 자손은 헤스본과 엘르알레와 기랴다임과
- 느보와 바알므온들을 건축하고 그 이름을 고쳤고 또 십마를 건축하고 건축한 성읍들에 새 이름을 주었고
- 므낫세의 아들 마길의 자손은 가서 길르앗을 쳐서 취하고 거기 있는 아모리인을 쫓아내매
- 모세가 길르앗을 므낫세의 아들 마길에게 주매 그가 거기 거하였고
- 므낫세의 아들 야일은 가서 그 촌락들을 취하고 하봇야일이라 칭하였으며
- 노바는 가서 그낫과 그 향촌을 취하고 자기 이름을 따라서 노바라 칭하였더라 (민수기 32장 33~42절)
모세는 갓의 자손과 르우벤의 자손, 그리고 므낫세 반 지파에게 요단 동편 땅을 기업으로 주었다. 그들이 받은 땅은 아모리왕 시혼과 바산 왕 옥의 땅이었다.
므낫세 반 지파란 半 支派 half the tribe of Manasseh the son of Joseph, 즉 요셉의 아들 므낫세 지파의 반을 가리킨다. 므낫세의 후손들이 반으로 나뉜 것은 그들의 인구가 그만큼 많기도 했을 뿐 아니라, 요단 동편 땅에 머물지 말지 하는 문제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여 그들이 분배받은 요단 동편 땅에 세운 성읍은 다음과 같다. 주로 훼손된 옛 성읍을 수축해 자기들의 거주지로 삼았다.
- 갓 지파 – 디본, 아다롯, 아로엘, 아다롯소반, 야셀, 욕브하, 벧니므라, 벧하란
- 르우벤 지파 – 헤스본, 엘르알레, 기랴다임, 느보, 바알므온, 십마
- 므낫세 지파 – 길르앗, 하봇야일, 노바
38절에 느보와 바알므온의 이름을 나중에 고쳤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것은 둘 다 우상 숭배의 중심지였기 때문이었다. 느보는 바빌론의 우상이었고, 바알은 가나안의 주신 격인 우상이었다. 하지만 고친 이름 대신 오히려 옛 이름이 전해지는 걸로 보아 새 이름이 사용된 기간은 길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맺는말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형제를 그리고 이웃을 낙심하게 만든다. 하지만 낙심하게 만드는 것은 불신의 죄를 짓게 하는 것으로 작은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낙심하게 하는 대신 위로하고 격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