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13장 겨자를 겨자나무라고 한 이유는? – 세상에서 가장 작은 씨앗과 가장 큰 씨앗 이야기까지
성경을 좀 더 천천히 꼭꼭 씹어먹듯 읽기 위해 필사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마태복음 13장을 필사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겨자나무라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겨자나무? 겨자가 나무라고? 우리가 먹는 그 겨자가 아니었던가?’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겨자나무가 우리가 아는 그 겨자가 맞는지, 어째서 ‘나무’라는 말이 붙었는지, 겨자씨가 얼마나 작으면 겨자씨의 비유가 나오게 되었는지 등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31 또 비유를 베풀어 가라사대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32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나물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 (마태복음 13:31-32)

1. 겨자나무, 우리가 먹는 그 겨자 맞을까?
네. 성경에 나오는 겨자나무는 우리가 먹는 그 겨자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겨자나 서양의 머스타드와는 다른 품종입니다.
가. 우리나라의 갈색겨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겨자는 중앙아시아 원산으로 갈색겨자(Brassica juncea, Brown Mustard)입니다. 1~2m 까지도 자라지만, 보통 50~70cm 정도 자라면 수확합니다.
씨는 갈아 노란 겨자 소스를 만들어 먹고, 잎은 김치를 담거나 쌈채소로 먹습니다. 이것이 바로 ‘갓’입니다.
나. 서양의 백겨자/황겨자
서양에서는 색이 연한 백겨자/황겨자(Brassica alba, White/Yellow Mustard)를 먹습니다. 머스타드 소스나 홀그레인 머스타드로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매운맛이 가장 약하고 부드러우며, 신맛과 단맛을 섞어 소스로 만들기 좋죠.
다. 갈릴리의 흑겨자
성경에 나오는 갈릴리 지방의 겨자는 흑겨자(Brassica nigra, Black Mustard)입니다. 세가지 겨자 가운데 씨앗 크기는 가장 작지만, 반대로 가장 쑥쑥 자라서 최대 4m나 됩니다. 매운 맛과 톡 쏘는 향이 아주 강하다고 합니다. 이 겨자는 아직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네요.
한눈에 보는 3대 겨자 비교
| 구분 | 갈릴리 겨자 | 우리나라 겨자 | 서양 겨자 |
|---|---|---|---|
| 품종명 | 흑겨자 (Black) | 갈색겨자 / 갓 (Brown) | 백겨자 / 황겨자 (White) |
| 식물 크기 | 최대 2~4m (나무 수준) | 보통 1~2m 내외 | 보통 1m 미만 (풀 형태) |
| 씨앗 크기 | 가장 작음 (1.0~1.5mm) | 중간 (1.5~2.0mm) | 가장 큼 (2.0~3.0mm) |
| 매운맛 | 가장 강렬하고 매움 | 강하고 톡 쏨 | 부드럽고 약함 |
| 대표 용도 | 성경 속 천국 비유 | 냉면 겨자, 갓김치 | 테이블 머스터드 소스 |
결국 같은 겨자 집안(배추과)이긴 하지만, 환경과 용도에 따라 갈릴리는 가장 거대하게 자라는 품종(흑겨자)을, 한국은 알싸한 맛의 품종(갈색겨자)을, 서양은 대중적인 소스용 품종(백겨자)을 주로 사용해 온 것입니다
2. 겨자를 나무라고 한 이유는?
마태복음에 나오는 겨자가 비록 품종은 달라도 우리가 먹는 것과 같은 겨자라면, 어째서 나무라고 한 걸까요? 번역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원문에도 나무라고 나와있는 걸까요?
가. 헬라어 원문도 역시 ‘겨자나무’
한글 성경에 겨자나무라고 되어있는 것처럼, KJV에도 tree, 헬라어 원문에도 역시 δένδρον(덴드론, 나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사용된 ‘덴드론(δένδρον)’은 덩굴이나 풀이 아닌, 단단한 줄기와 가지를 가진 ‘진짜 나무’를 가리킬 때 쓰는 단어입니다. 실제로 현대 영어의 수목학(Dendrology)이라는 단어도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나. 왜 ‘풀’을 ‘나무’라고 불렀을까?
겨자는 한 해살이 풀인데, 예수님께서는 어째서 ‘나무’라고 하신 걸까요? 우리말 성경에는 ‘나물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라고 되어 있지만, KJV를 보면 ‘나물(허브) 가운데 가장 크다(the greatest among herbs)’고 하셨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겨자=나무’가 아니라, 풀중에 가장 크게 자라 나무처럼 된다는 뜻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흑겨자의 압도적 크기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겨자나 유채는 사람 무릎이나 허리 정도 크기까지 자라는 ‘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갈릴리 지방)에서 자라는 흑겨자(Black Mustard)는 기후와 토양 덕분에 1년 만에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갈릴리 주변에서 3~4미터까지 자라 사람 키의 두 배 이상 우뚝 솟은 겨자를 보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나무라고 불렀습니다. 줄기가 여간 단단하지 않으면 3,4미터까지 자랄 동안 버티지 못하겠죠. 봄철에는 유채꽃처럼 연약한 노란 꽃밭을 이루지만,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줄기가 마르면서 나무처럼 단단하게 목질화됩니다. 이 단단해진 줄기 덕분에 성경 말씀대로 실제로 새들이 날아와 줄기에 앉아 겨자씨를 따 먹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됩니다.
2) 과장이 아닌 경험적 진실
오늘날 우리는 세포 구조나 나이테 유무로 풀과 나무를 정밀하게 나누지만, 고대인들에게 단어는 눈에 보이는 직관적인 형태와 크기를 뜻했습니다. 지평선 끝까지 물이 차 있으면 바다라고 했고, 줄기가 단단해 새가 깃들 정도가 되면 나무라 불렀습니다.
실제로 갈릴리 호수는 길이 21km, 너비 12km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커서 당시 평생 그 지역을 벗어나 본 적 없는 농부와 어부들은 이 호수를 갈릴리 바다라고도 불렀습니다.
예수님은 학술적 정의를 가르치러 오신 것이 아니라, 갈릴리 어부들이 매일 보던 바다와 농부들이 매일 보던 밭의 풍경을 그대로 빌려와 하늘의 비밀을 설명하신 것입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아, 우리 밭에 핀 그 커다란 겨자나무처럼 되는구나!” 하고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3. 작디 작은 겨자씨
갈릴리 지방의 겨자가 그렇게 높다랗게 자라지만, 출발은 ‘모든 씨보다 작은’ 하나의 씨앗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서 모든 씨는 지구상 모든 식물의 씨앗이 아닙니다. 성경 구절을 보면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당대 유대인들이 실제로 밭에 뿌려 기르던 농작물 씨앗 중에서는 겨자씨가 가장 작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깨알만큼 작다’고 관용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이스라엘 사람은 작은 것을 ‘겨자씨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겨자씨는 얼마나 작을까요? 깨알보다 작을까요?
가. 깨알보다 작은 겨자씨
그렇습니다. 들깨나 참깨보다 훨씬 작습니다. 들깨가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참깨, 그 다음이 겨자씨 순입니다.
- 들깨 (가장 큼): 지름 약 2 ~ 2.5mm의 둥근 공 모양입니다. 세 씨앗 중 부피와 두께가 가장 큽니다.
- 참깨 (중간): 길이 약 2.5 ~ 3mm이지만, 납작한 타원형(쌀알 모양)이라 전체적인 부피감은 들깨보다 작습니다.
- 겨자씨 (가장 작음): 지름 약 1 ~ 1.5mm 안팎의 아주 작은 구형입니다. 참깨의 절반 정도 크기에 불과해 눈으로 봐도 확실히 작습니다.
| 씨앗 | 평균 크기 | 모양 특징 | 시각적 느낌 |
|---|---|---|---|
| 들깨 | 지름 2.0 ~ 2.5mm | 동글동글한 구형 | 통통하고 동그란 회갈색 알갱이 |
| 참깨 | 길이 2.5 ~ 3.0mm | 납작한 물방울 모양 | 우리가 흔히 요리에 뿌려 먹는 그 크기 |
| 겨자씨 | 지름 1.0 ~ 1.5mm | 아주 작은 구형 | 참깨 알을 반으로 쪼갠 것보다 작은 느낌 |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참깨(깨알)보다도 겨자씨가 훨씬 작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왜 이 씨앗을 ‘가장 작은 것’의 대명사로 썼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씨앗은?
그렇다면, 식물학적으로 세상에 가장 작은 씨앗은 무엇일까요? 바로 난초(Orchid)의 씨앗입니다. 씨앗이라기보다는 한 줌의 고운 먼지나 흙가루로 보일 정도로 작습니다. 머리카락 두께보다 가늘고, 겨자씨보다 20배 이상 작아 1g만 모아도 씨앗이 약 10억 개에서 30억 개나 들어갈 정도로 무게가 거의 나가지 않습니다(KEW).
실제로 난초 씨앗은 너무나 작은 나머지 먼지 씨앗(dust seed)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그러니 씨앗 안에 영양을 담을만한 공간이 없고, 흙 속에 ‘난균’이라는 특정 곰팡이가 있어야 싹을 티울 수 있을 정도로 발아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 난초 씨앗 모습 확인하기
다. 세상에서 가장 큰 씨앗은?
반대로 가장 큰 씨앗은 바로 ‘바다코코넛(Coco de Mer, 코코 드 메르)’입니다. 인도양의 아름다운 섬나라인 세이셸 공화국의 단 두 개 섬에서만 자생하는 야자나무 씨앗입니다. 이 씨앗은 압도적인 크기와 무게 때문에 자연계의 커다란 미스터리로 꼽힙니다.
얼마나 크냐고요? 엉덩이를 닮았다는 이 씨앗 한 알은 농구공부다 크고, 무게도 15~30kg에 달합니다. 씨앗이 초등학생 몸무게와 맞먹는다니, 대단하죠? 나무밑에 있다가 이 씨앗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큰일입니다.

이 씨앗이 완전히 영그는데 6-7년 걸린다고 합니다. 그렇게 영양을 씨앗 내부에 꽉꽉 채우도록 하신 이유는 싹이 트기까지 또 오랜 세월을 견뎌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거진 밀림에서 햇빛이 닿기를 기다리거나, 멀리 인도양을 건너 다른 해안으로 건너가기까지 또 수 년을 견뎌야 했거든요. 바다 코코넛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구분 | 일반 코코넛 | 바다코코넛 (코코 드 메르) |
|---|---|---|
| 모양 | 둥글거나 타원형 | 사람의 엉덩이/골반 모양 (쌍둥이 형태) |
| 무게 | 보통 1.5 ~ 3kg 내외 | 15 ~ 30kg (세계 최대) |
| 서식지 | 전 세계 열대 해안가 어디서나 | 세이셸 공화국의 단 2개 섬 |
| 생존 방식 | 바닷물에 떠서 멀리 이동 | 무거워서 제자리에 뚝 떨어져 성장 |
맺는말
하나님께서는 위대한 창조주이십니다. 작은 생명 하나도 소중히 여기시어 오래 견뎌야 하는 씨앗은 묵직하게 채우시고, 그럴 필요 없는 씨앗은 작고 가볍게 만드셨습니다. 그 솜씨를 통해 우리는 때론 아름다움에 감격하고 유머러스 함에 감탄하게 됩니다.
깨알보다 작은 겨자씨 하나가 3-4미터로 크게 자라고 들판에 유채꽃처럼 가득 덮히는 걸 보면, 지금 보잘 것 없는 존재라고 실망할 필요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당시 사람들은 목수나 어부의 아들을 비웃고, ‘갈릴리에 무슨 선한 것이 나겠느냐’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미미하게 시작된 복음은 겨자씨나 누룩처럼 온 세상을 부풀게 했습니다. 죽은 것처럼 보이는 씨앗 속에는 살아있는 생명이 있습니다. 돌맹이는 땅에 심고 아무리 물을 주어도 변하는 게 없지만, 씨앗은 싹이 트고 꽃이피어 결실을 맺습니다.
사람의 마음 밭에 떨어진 복음의 겨자씨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가정을 바꾸며, 세상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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