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실 – 잠산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실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실 – 잠산

지난주, 옛날 마포구청 자리에 새로 생긴 마포 중앙도서관에서 오전을 보냈다. 그때 읽었던 것이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실’ 이란 책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일곱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그 일곱 사람 – 잠산, 김지현, 서미지, 레드몽, 이지은, 허경원, 윙크토끼다.

일러스트레이터 잠산

다른 사람의 서재, 작업실 구경하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특히 잠산은 내가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라 더욱 솔깃해 책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잠산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그의 작품은 아마 못본 사람이 드물 것으로 생각된다. 화장품 브랜드 홀리카 홀리카나이키 Be the Legend 프로젝트의 일러스트를 담당했던 이가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잠산은 페인터6.1을 15년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페인터가 구동되지 않을까봐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도 두렵다고 한다.

사실 공감이 되는 것이, 나도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맥북 OS를 업그레이드 했다가 어렵사리 구입했던 타블렛이 무용지물이 되었을때에는 정말 속상했었다.

의뢰 받아 하는 상업작품의 거의 대부분을 컴퓨터 작업으로 해결하는데, 인튜어스에 50만원정도의 컴퓨터 사양이면 충분하다고 하니,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클라이언트가 제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의뢰를 했지만, 결국은 클라이언트의 생각에 제 스타일을 입혀달라는 것이지 제 작품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예술하는 사람들 중에는 의뢰받은 상업미술을 하면서 자기 작품 하듯 하는 사람도 꽤 있나보다. 열과 성을 다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기 고집을 부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업미술은 잠산의 말처럼 예술가의 손을 빌어 의뢰자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다.

의뢰가 들어오면 전화통화나 미팅할 때 최대한 많이 물어보며 맞춘다고 한다. 어떤 작업인지, 목표는 무엇인지, 나와 이야기하고 있는 이 사람이 책임자인지 아니면 그저 전달하는 사람인지 조목조목 물어본다고 한다.

내가 볼 때, 이런 과정이 지루하게 이어질 수정작업을 최대한 줄어들게 할 것 같았다. 수정이 되풀이될 수록 서로 피곤하다. 이거다 싶어 열심히 해갔는데, 결재 단계마다 이야기가 바뀌면 맥빠지고 짜증날 일이다. 의뢰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얘기가 통하지 않는 기술자(내 생각에 art는 철학을 담은 technique이다)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비정규 아티스트 밥장

이렇게 되짚다 보니, 몇년 전 재미있게 읽은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다’라는 밥장의 책이 생각난다. 명문대 출신 대기업 직원이었던 밥장이 자칭 비정규 아티스트로 전직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그는 자신이 처음부터 예술가가 아니라 SK에서 10년을 일했던 회사원이었기에 마케팅을 알았고, 클라이언트와 대화하고 타협할 줄 알았다고 했다.

잠산이 말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사업가로 대화하고 예술가(전문가)로 일하는 것.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앞으로 1인기업가의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내게 부족한 것도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바로 이것이다. 비단 예술가 뿐일까. 공부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부족한 부분을 메울만한 다른 것을 키우는 것이 답일까 아니면 부족한 부분을 신경써 북돋는 것이 답일까.

2 thoughts on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실 – 잠산

  1. 결과물을 결국 의뢰인이 사용하므로 의뢰인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의뢰받은 사람의 역할일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뢰인도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ㅠㅠ

    1. ㅎㅎ 맞아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 많죠. 더 웃기는 것은 게다가 못 알아듣는다고 타박하는 고객님도 있다는 것이에요. 서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반갑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