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장 쓱쓱 가지밥 – 찬밥으로 간단하게

콩나물 밥이든 비빔밥이든 솥밥처럼 양념장 넣고 쓱쓱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한다. 고추장 넣어 발갛게 비벼 먹는 맛도 좋지만, 좀 더 풍부한 맛이 나고 보다 정통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맵고 짠 음식은 커서 밖에서 음식을 사 먹게되면서 부터 시작했지, 보통 집에서는 짜지 않고 맵지 않은 음식을 먹게 된다. 노인과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특히 그렇다.

서울, 경기도 음식은 사실 자극적인 음식이 별로 없다. 김치만 해도 남쪽 지방에 비해 고춧가루를 훨씬 적게 넣는다. 백김치, 동치미는 물론, 짠지나 장김치처럼 소금이나 간장으로 담아 맵지 않게 먹는 종류가 꽤 많다.

그래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비빔밥을 먹을 때에도 고추장보다 양념장을 넣었고, 영양 솥밥이라는 것을 처음 먹고 나선 집에 돌아간 듯 반가웠다.

재개발되기 전, 플라자 호텔 뒤편 소공동에는 작은 맛집들이 많았다. 영양 솥밥을 만난 것도 그런 가게 중 하나였다. 큰 애를 갖고 입덧이 있을 때였는데, 아주 달게 잘 먹었던 기억이 있다.

양념장 쓱쓱 가지밥

양념장 쓱쓱 가지밥

오늘 해 먹은 가지밥은 그때 기억을 되살려 만든 것이다. 냉장고에 있는 간단한 재료만 가지고 했는데,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넉넉히 한다고 했는데, 예상 밖의 선전으로 동이 났다. 한 번 더 만들어내야 했다. 찬밥 처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준비물

가지밥이니만큼,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일단 가지와 밥이다. 1인분에 가지 1개 정도로 잡으면 맛있는 가지를 흐뭇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괜찮다.

밥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 1인분을 1 공기로 잡았더니 모자랐다. 한 공기 반은 되어야 할 것 같다. 이상하게 이런 밥은 김밥이나 주먹밥 처럼 평소보다 더 먹게 된다. 조금 뜬다고 떠도 늘 과식하는 느낌인 카레 라이스와는 반대다.

그 밖의 재료들은 냉장고와 냉동실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은 표고버섯 가루, 다시마, 건새우, 가지를 넣었다. 양념장에는 대파, 마늘, 생강가루, 깨소금, 참기름, 쌀 올리고당, 고춧가루, 맛술을 넣었다.

나는 대파와 생강가루를 즐겨 쓴다. 파는 많이, 생강은 너무 과하지 않게 사용하면 양념장 맛이 확 달라진다. 튀김을 찍어 먹는 간장에도 생강을 꼭 넣는다. 느끼한 맛을 줄여주고 풍미를 살린다.

만들기

냄비에 물을 적당히 붓고 찜틀을 올린다. 찬밥을 넓게 편다. 그 위에 표고버섯 가루를 솔솔 뿌리고 다시마는 가위로 가늘게 잘라 얹는다. 건새우도 넉넉히 뿌리듯 얹는다.

가지는 길게길게 길이로 자른다음 가운데를 툭 잘라 반토막 낸다. 너무 넌출치지 않도록. 네 명이면 가지도 네 개가 필요하다. 많은 것 같아도 익어 숨이 죽으면 얼마 되지도 않구나 하게 된다.

불을 켠다. 물이 끓으면 그 수증기로 밥이 쪄지고 가루와 다시마, 새우는 촉촉해진다. 익어가는 가지에서 나온 즙과 어우러진 그 맛이 밥으로 스며든다. 육지와 바다의 합창인 셈이다. 시간은 잴 필요 없다. 김이 나기 시작하고 좀 있다 들큰하게 가지 익은 냄새가 나면 그때 불을 끄면 된다.

밥을 재료와 함께 불에 올려놓고 양념장을 만든다. 고춧가루를 그릇에 담고 물을 조금 붓는다. 고춧가루가 물에 통통하게 불어야 멀뚱하니 따로 놀지 않고 맛있다. 그리고 양념장은 너무 짜지 않아야 하니 겸사겸사 좋다.

다진 마늘과 생강가루를 넣고 간장과 참기름도 넣는다. 올리고당과 깨를 넣고 잘 섞어준다. 특히 쌀로 만든 올리고당은 조청이나 다름없다. 진해서 한참 녹여야 한다.

대파는 송송 썬다. 잘 드는 칼로 연둣빛 파를 써는 것은 즐겁다. 실처럼 가늘게 썰려 나오는 것을 보면 뭔가 이뤄가는 느낌이 든다. 파는 마지막에 넣고 잘 섞어준다. 검다시피 진한 갈색에 초록 파가 어쩐지 봄처럼 보인다. 마치 검은 흙을 뚫고 나오는 무수한 어린잎을 보는 느낌이다.

덮밥 그릇이나 접시처럼 넓은 그릇에 옮겨 담고 양념장을 끼얹는다. 따끈한 국물이나 시원한 물김치가 있으면 더욱 좋다. 먹어도 먹어도 더 먹고 싶어지고, 줄어드는 것이 아쉬워지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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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맺는나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로마서 10:10)' 고백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글을 씁니다.

2 Responses

  1. 이카루스 댓글:

    지금 점심시간인데.. 배가 꼬르륵 합니다..
    비빕밥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1인 중 한명..^^
    여기는 벚꽃이 이번 주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배고플때 음식 사진 보면 정말 괴롭죠. ^^;
      이곳은 이제서야 피기 시작하는 참인데, 그곳은 벌써 질 때가 되었군요. 확실히 이곳이 좀 더 추운가 봅니다. 주말은 정말 추웠고 어제도 패딩 입고 다녔어요. ㅎㅎ

반갑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